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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來路홍성군 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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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코스

먹거리 이야기천년의 시간과 마주하는 열세번째 이야기 이렇게 먹고 산다

  • 홍성역
  • 홍성한우
  • 홍주성
상에 차려진 홍성한우 이미지1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는 어느 가을날.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홍성한우를 먹는 날이다.

분명 요즘 입맛이 없었던 것 같은데 자꾸만 입에 침이 고인다.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홍성한우를 먹어 본 적이 있는 나는 아직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상에 차려진 홍성한우 이미지2

홍성에서 한우를 먹어보기 전의 나는 소고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텔레비전에서 자꾸만 나오는 ‘소고기 사묵겠지‘라는 유행어는 이상하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열차 안 매점에서 메추리알과 캔맥주로 입가심한다.

  • 홍성역 이미지1
  • 홍성역 이미지2
홍성군 관광안내도 이미지

홍성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어쩐지 소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홍성에 왔는데 소고기를 먹지 않고 그냥 떠날 리가 없지 않은가.

홍성역은 홍성 출신 위인들을 비롯한 홍성의 자랑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새조개, 대하와 함께 소고기가 함께하고 있다.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한우 부분 대상을 받았던 홍성한우이니 당연하다. 대한민국 대표 소고기라 해도 무방하다. 푸른 하늘, 상쾌한 공기. 소고기 먹기 좋은 날이다. 힘차게 걸어 한우전문점으로 향한다.

한우를 판매하는 식당 이미지

작년 ‘홍주성 천년여행길‘을 걷기 위해 홍성에 방문했었다. 별 생각 없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걸으려면 고기를 먹어줘야 할 것 같으니까 한우식당에 들어갔었다.

식당 안에 배어있는 유독 고소한 냄새에 놀라 지금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나 의아하게 생각했다.

익혀진 한우 갈비살 이미지

알맞게 구워진 갈빗살을 혀에 얹자마자 깨달음을 얻은 듯 눈이 밝아졌다. 음식을 먹고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영화나 만화를 보고 비웃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

홍성한우 이미지1

홍성은 전국 최대의 우시장이 있는 곳이다. 예로부터 사람 살기 가장 좋다는 내포의 중심지로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살기 좋은 곳이다.

홍성의 소는 가야산, 백월산, 오서산 등 정기가 있는 산맥에 둘러싸인 구릉지에서 좋은 공기, 좋은 물로 자란 볏짚과 알곡을 먹는다.

생산이력제를 통해 우리가 먹게 되는 소의 부모가 누구인지, 아플 때는 어떤 주사를 맞았으며, 뭘 먹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그 안전성까지 보장되었다. 십만여 마리를 한 번에 기르는 외국의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 노력이 맛으로도 결실을 보게 하는 듯하다.

  • 홍성한우 이미지2
  • 홍성한우 이미지3

홍성전통시장 안에 있는 어느 한우정육전문점의 문을 연다. 그래 바로 이 냄새다. 십 수 년째 질 좋은 한우가 구워진 식당에서 나는 맛에 대해 신뢰할 수밖에 없는 냄새.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3천 원이라는 상차림을 지급하면 일품 한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특수부위랑 모둠 하나씩 주세요!" 어서 구워보자.

상에 차려진 홍성한우 이미지1
상에 차려진 홍성한우 이미지2
상에 차려진 홍성한우 이미지3

김치와 나물 등의 반찬들이 정갈하게 상을 채운다. 하지만 이 반찬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메인인 소고기가 등장하자마자 반찬들이 있었다는 걸 잊게 된다.

소지방으로 불판을 닦는 모습 이미지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1

제비추리와 업진살, 치마살, 차돌박이로 한 접시, 토시살과 살치살로 한 접시가 나왔다.

달구어진 불판에 기름칠하고, 가장 빨리 맛볼 수 있는 얇은 차돌박이를 불판에 살며시 올렸다. 뜨거운 판에 닿자마자 익어버린 차돌박이를 한 번 뒤집어서 바로 입에 넣었다.

고소하다.

  •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2
  •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3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4

지방이 멋지게 퍼져있는 예쁜 색감의 살치살도 불판에 올렸다. 진한 육즙, 살살 녹는 부드러움, 고기가 사라졌다.

정말 갑자기 없어졌다. 살치살뿐만 아니라 토시살도, 업진살도, 제비추리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게 홍성한우의 가장 큰 단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워 버렸다. .

  •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5
  • 익어가는 홍성한우 이미지6

한 점 한 점 소중히 음미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쫄깃하면서 고소한 치마살도, 고소하고 담백한 제비추리도, 감칠맛 나고 부드러운 토시살도, 고소함의 끝판왕인 업진살도 정말 금방 없어졌다. 내 배에 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육사시미(홍성한우) 이미지
홍성한우 육회비빔밥 이미지

육사시미(생고기)와 육회비빔밥은 또 다른 한우의 육질을 즐길 방법이 된다. 한우의 본고장 홍성에서 먹는 육사시미의 쫄깃한 맛이 과연 일품이다.

육사시미 한 점 먹으니, 소주 한 잔을 애타게 찾게 한다. 육회와 함께 밥을 쓱싹 비벼 먹는 육회비빔밥은 소주 한 잔 뒤에 오는 이상한 허기를 달랜다.

고기 배 따로, 밥 배 따로, 술 배는 다 따로 있다는 말이 맞는 순간이다.

갈비탕 이미지
육개장 이미지

이제 국물 배를 채우고자 갈비탕과 육개장을 주문한다. 이것도 역시 홍성이기에 이렇게 푸짐한 고기들을 넣어 끓일 수 있는 걸 테지.

보글보글 김이 폴폴 나는 국물을 한입 맛본다. 술도 마시지 않았더라도 해장이 될 것만 같다. 밥을 말아 푹푹 떠서 먹는다.

양껏 먹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고기를 먹긴 먹었는데도 탕과 밥이 잘도 들어간다. 참 신기한 일이다. 먹으면서 소화가 되는 건가.

함께 온 친구도 나도 얼큰한 육개장과 구수한 갈비탕을 쉼 없이 들이킨다. 이 든든한 마무리도 좋다. 홍성한우는 역시 사랑이다.

소나무숲 이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맛있는 게 넘치고 흐른다고 하는데 정말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게 있을까?

이곳저곳 많이도 다녔는데 아직 못 먹어본 게 많으니 확답은 할 수 없다.

그것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홍성한우를 마음에서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배가 부르다. 걷기 여행으로 유명한 지역이니 걸으며 소화를 시켜야겠다.

홍주성 인근 산책로 이미지1

근처에 홍주성이 있다. 천 년 홍성의 자랑이자 주민들의 산책터이다. 천 년의 역사만큼 이곳은 많은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 어려운 생각은 접어두고 가볍게 홍주성을 거닐어본다. 배가 부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선선한 공기가 머리카락 안으로 스며든다. 좋은 기분이 든다. 머리가 신선해진다.

쓸데없이 해결되지 않을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탁했었는데 성안을 걷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홍주성 인근 산책로 이미지2

언덕에 앉아 소나무 숲을 바라본다. 상쾌하다. 꼬마들이 뛰어다닌다. 정말 느린데 힘껏 뛰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봉에 대롱대롱 매달려 움직이는 꼬마를 보자니 참 힘도 좋고 유연하다 싶다.

나도 어렸을 때는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움직였던 것 같긴 한데 흔한 어린이의 넘치는 에너지가 신기하다. 내가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바로 보고 있자니 출출해진다.

이제 다과에 차를 마시러 가야겠다. 먹으려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알 것 같다. 열심히 일해서 다시 홍성에 와야지. 오늘의 여정은 유독 내게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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